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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기본소득 (지역소멸, 시범사업, 보완)

by pickup7 2026. 6. 15.

솔직히 저는 '기본소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막연한 복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외삼촌이 사시는 포항 장기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 제도가 단순한 복지 논쟁이 아니라 사람이 떠나지 않게 붙잡는 마지막 수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7개 군을 추가 선정하면서 시범 지역이 총 17개로 늘었고, 오는 8월부터 1인당 월 15만 원의 지역 사랑 상품권이 지급됩니다.

지역소멸 위기, 숫자로 보면 더 무겁다

외삼촌은 포항 장기면에서 수십 년을 사셨는데, 몇 년 전에 동네 초등학교가 결국 폐교됐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폐교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더라고요. 아이가 없다는 건 젊은 세대가 없다는 것이고, 젊은 세대가 없다는 건 일자리와 수입이 그 지역에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정책 용어로는 지역 소멸 위험도라고 표현합니다. 지역 소멸 위험도란 특정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비율로, 이 수치가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에 가까운 113곳이 이미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이번 시범 사업 선정 평가 항목에 지역 소멸 위험도가 포함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인구가 적은 곳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빠른 지역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번에 추가 선정된 강원 화천군, 충북 보은군, 전북 진안군·무주군, 전남 구례군·보성군, 경북 청송군은 모두 이 기준을 통과한 지역들입니다.

핵심 선정 평가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 소멸 위험도
  • 지역 사랑 상품권 운영 인프라
  • 지방 정부의 추진 의지
  • 기본소득 연계 지역 활력 제고 계획
  • 지방비 확보 여부

시범사업 효과, 4.77% 인구 증가가 말해주는 것

이전에 먼저 선정된 경기 연천, 강원 정선 등 10개 군은 올해 2월 말부터 지급이 시작됐습니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인구가 4.77% 증가하고, 신규 사업자 등록 건수도 13.7%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몇 달 만에 이런 변화가 가능한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외삼촌 말씀을 떠올리면 이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떠나는 이유가 단지 불편해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하셨거든요. 거꾸로 말하면 매달 15만 원이라는 금액이 적어 보여도, 그게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현금 흐름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정책 경제학에서는 이를 소득 보전 효과라고 부릅니다. 소득 보전 효과란 기존 소득이 줄거나 불안정할 때 공공 지원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시켜 소비 위축을 막는 구조를 말합니다. 월 15만 원 자체보다, 그 돈이 매달 확실히 들어온다는 예측 가능성이 사람들의 체감을 바꾸는 것입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이 지역 사랑 상품권이라는 지급 방식입니다. 지역 사랑 상품권이란 특정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 화폐로, 소비가 해당 지역 안에서만 순환되도록 설계된 수단입니다. 현금으로 지급하면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나 외지 쇼핑몰로 소비가 빠져나갈 수 있는데, 상품권 형태로 제한하면 소비의 지역 내 승수 효과가 높아집니다. 승수 효과란 한 번 지출된 돈이 지역 경제 안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되며 총소득을 더 크게 끌어올리는 현상입니다. 신규 사업자 등록이 13.7% 늘었다는 수치는 이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읽힙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농촌 지역 고령화율은 2023년 기준 이미 30%를 웃돌고 있어, 소비 여력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월 15만 원이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역 상권이 유지되는 임계점을 지키는 데는 기여할 수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제도 설계의 보완점, 제가 걱정하는 두 가지

저는 이번 7개 군 추가 선정이 방향 자체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좋은 취지의 제도일수록 운영 방식이 허술하면 오히려 신뢰를 잃기가 더 빠릅니다. 솔직히 걱정되는 지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소지 위장 전입 문제입니다. 이를 정책 용어로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합니다. 도덕적 해이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의무나 기여 없이 이익만 취하려는 행동을 말합니다. 혜택만 노리고 실거주 없이 주소만 옮기는 사례가 생길 경우, 실제로 그 지역에서 버티며 살아온 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격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실거주 확인 방식이 얼마나 촘촘한지는 아직 공개된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선정·비선정 지역 간 형평성 문제입니다. 비슷한 인구 감소 지역인데 어디는 선정되고 어디는 제외됐을 때, "왜 우리는 안 되느냐"는 지역 감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줄이려면 선정 기준의 투명성 확보가 필수입니다. 투명성 확보란 평가 항목별 점수 배분 방식, 각 지역의 세부 평가 결과를 일반 시민도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이런 기준으로 봤다"는 발표가 아니라, 왜 이 군은 됐고 저 군은 안 됐는지를 수치로 납득시키는 과정이 있어야 제도가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농어촌 기본소득이 일회성 지원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급 이후의 거주 실태 점검 체계와 선정 기준 공개가 제도 자체만큼 중요합니다. 17개 군으로 확대된 이 시범 사업이 2월부터 시작된 10개 군의 성과를 넘어서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8월 이후 데이터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삼촌 동네처럼 아직 선정되지 못한 지역에도 언젠가 이 제도가 닿기를 바라지만, 그러려면 지금 시범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제도를 단순히 "돈 주는 정책"으로 볼 게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첫 번째 실험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xHq0a7cx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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