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작년 겨울에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꽤 있었습니다. 식당 하나를 골라도 왠지 빈자리가 많고, 유명하다는 카페도 생각보다 한산했거든요. 그때는 그냥 비수기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제주도 경제가 꽤 오랫동안 속으로 삭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제주자치도가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한 지 한 달여 만에 663억 원이 실제 소비로 이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663억이 골목에 돌기 시작했다는데, 실제로는 어땠을까
제주자치도는 지난 4월 27일부터 도민 48만여 명에게 총 914억 원 규모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그 중 72.5%에 해당하는 663억 원이 실제 소비로 연결됐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전체 신청자의 40.9%가 지원금을 제주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으로 받아서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지역화폐란 특정 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발행된 화폐로, 소비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해당 지역 내에서 순환하도록 설계된 도구입니다. 쉽게 말해, 탐나는전으로 결제하면 그 돈이 제주도 안에만 머문다는 의미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지점이 있는데, 탐나는전으로 결제할 경우 가맹점주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카드 수수료란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할 때 가맹점이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말합니다. 매출이 크지 않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 수수료가 적게는 1%대, 많게는 3%에 가까운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지역화폐 결제는 이 구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번 지원금이 사용 가능한 곳은 지역 내 매출액 30억 원 이하 가맹점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소상공인 가맹점 기준이란 대형 프랜차이즈나 백화점처럼 매출 규모가 큰 업체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동네 경제를 이루는 작은 가게들을 의미합니다. 제가 작년에 제주 골목을 걷다 보면서 "이 가게가 버텨낼 수 있을까" 싶었던 그런 곳들이 바로 이 기준에 해당하는 곳들입니다.
이번 지원금 정책의 핵심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급 규모: 도민 48만여 명에게 총 914억 원 지급
- 소비 전환율: 한 달여 만에 72.5%인 663억 원 실소비 달성
- 탐나는전 선택 비율: 전체 신청자의 40.9%
- 사용처 제한: 지역 내 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으로 한정
- 신청 마감: 다음 달 3일 / 사용 기한: 8월까지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50만 명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이 경기 침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출처: 통계청). 제주도처럼 관광 의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외부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에 내부 소비를 끌어올리는 정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원금은 좋은데, 왜 사람들은 제주를 덜 찾게 됐을까
솔직히 이 부분은 조금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지원금이 골목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근본적인 원인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직접 다녀와 보니, 제주도의 관광 물가는 예전과는 체감이 많이 달랐습니다. 어떤 식당은 메뉴 하나가 서울 웬만한 맛집보다 비쌌고, 카페 음료도 "이 가격이면 도쿄에서 훨씬 더 나은 걸 먹겠다"는 생각이 들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 돈이면 차라리 일본 간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사실 저도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인식은 실제 데이터로도 뒷받침됩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여행의 가성비 인식이 크게 낮아졌고, 상대적으로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여행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여기서 엔저란 일본 엔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으로, 한국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돈으로 일본에서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이번 지원금은 제주 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내수 진작 정책입니다. 내수 진작이란 외부 소비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소비 자체를 끌어올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관광객이 줄었더라도 주민 소비라는 내부 동력을 유지해 상권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이 단기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 효과가 길게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현실입니다.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도 눈에 띕니다. 고령층이나 정보 취약계층처럼 디지털 신청이 어려운 분들을 직접 찾아가 지원금 혜택을 연결해 주는 방식인데, 지원금 정책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이런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원금으로 골목상권을 버티게 해주는 것과, 제주도가 다시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인식되는 것은 별개의 과제입니다. 663억 원이 돌기 시작했다는 건 분명히 의미 있는 신호지만, 제주도 스스로가 물가와 여행 비용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지원금 마감은 다음 달 3일, 사용 기한은 8월까지입니다. 아직 신청하지 않은 도민이라면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jibs.co.kr/news/articles/articlesDetail/62136?fee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