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해온 사람이 퇴직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이제 좀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하지만, 저는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 말이 생각보다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막상 퇴직을 하고 나면 마음 편히 쉬는 것조차 쉽지 않더라고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막막하면 쉬는 시간조차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퇴직 이후에는 단순히 쉬는 것보다도, 먼저 방향을 잡아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장년 내일 센터는 막막한 시기에 다음 걸음을 어디로 내디뎌야 할지 함께 고민해 주는 곳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생애경력설계의 필요성 : 아버지의 퇴직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이유
제가 24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대기업을 명예퇴직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막 간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기였고, 아래로 동생도 있었기 때문에 아빠의 퇴직 소식이 마냥 담담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무거웠던 건, 30년 가까이 가족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해온 사람이 정작 퇴직 후에는 본인의 노후를 편히 준비하기보다 다시 취업을 고민해야 한다는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막상 그 회사를 떠난 뒤에는 다음 길을 정하는 일이 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생애경력 전환이라는 말은 쉽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익숙했던 일과 환경을 떠나 전혀 다른 미래를 스스로 다시 설계해야 하는 과정이잖아요. 그런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아버지도 한동안 많이 막막해하시고 방황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냥 우리 가족만 겪는 특별한 일처럼 느껴졌는데, 나중에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40세에서 64세 중장년층 인구는 전체 인구의 40.5%에 달한다고 합니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이고, 그중 많은 분들이 50대 초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다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니, 아버지의 상황도 결코 남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 더 아쉽습니다. 그 시기에 중장년 내일 센터처럼 방향을 함께 잡아주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를 미리 알았더라면 아버지도 조금은 덜 불안한 마음으로 퇴직 후 시간을 보내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직지원 : 중장년 내일센터, 어떤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
중장년 내일센터는 40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고용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정부 운영 기관입니다. 전국 각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장점인데, 실제로 서비스 내용이 꽤 구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직 지원 서비스입니다. 전직 지원이란 현재 직장에서 다른 직종이나 직무로 이동하거나, 퇴직 후 새로운 분야에서 재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돕는 서비스입니다. 1:1 맞춤 컨설팅, 구인구직 알선,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고, 신청일로부터 6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용 24(www.work24.go.kr)에서 회원 가입 후 전직 지원 서비스를 신청하면 개인별 컨설턴트가 배정되는 구조입니다. 생애경력설계 서비스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취업을 연결해 주는 것을 넘어, 40대부터 60대 이후까지 연령대별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 40대(40+ 경력전성시대):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현재 경력을 관리하는 데 초점
- 50대(50+ 경력확장시대): 생애 전체를 돌아보며 장기 경력 계획을 세우는 과정
- 60대(60+ 경력공유시대): 일과 여가 사이의 균형을 찾고 삶의 질을 설계하는 프로그램
- 구직자 대상: 경력 단절 이후 제2인생 준비 방향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계
제가 이 구조를 처음 확인했을 때 놀랐습니다. 단순히 이력서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수준이 아니라, 생애주기(life cycle) 전체를 놓고 경력을 설계한다는 관점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애주기란 개인이 태어나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마다 직면하는 역할 변화와 과업을 의미합니다. 이 관점에서 퇴직을 바라보면, 그것은 끝이 아니라 경력의 전환점이 됩니다. 또한 재도약 프로그램에서는 구직 스킬 향상, 자기소개서 작성, 취업 동아리 운영 등 실전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내용을 다룹니다. 직업기초역량 증진 교육에서는 MZ 세대와의 소통 방법,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의 효율화 전략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오랜 공백 이후 조직에 재진입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고용 24).
보완점 : 제도가 있어도 연결이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제가 이 제도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어도, 정작 필요한 사람이 그것을 모른다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아버지처럼 한 회사에 오래 다닌 분들은 퇴직과 함께 갑자기 정보의 진공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재직 중에는 회사가 모든 정보를 제공해 줬는데, 퇴직 직후부터는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서비스, 즉 기업이 퇴직 예정자에게 제공하는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기업이 퇴직 절차를 안내할 때 중장년 내일 센터 같은 공공 지원 제도로 자연스럽게 연계해 주는 시스템이 더 필요합니다. 퇴직 이후를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두기보다, 퇴직 전부터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게 기업과 제도가 함께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아빠의 퇴직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정보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 글을 읽고 주변에 중장년 퇴직자나 재취업을 준비 중인 분이 있다면, 고용 24의 중장년 내일센터를 한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비용 걱정 없이 전문 컨설턴트와 1:1로 상담받을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귀합니다. 퇴직 후 방향을 잡기 어려운 시기에,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한 번의 상담이 훨씬 빠른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취업·경력 설계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서비스 이용은 반드시 고용 24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4mW6fCKOdY, https://www.work24.go.kr/wk/u/c/1100/selectLifePlanEduList.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