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인재를 키우면 그 인재가 지역에 남는다는 말, 실제로 얼마나 맞는 얘기일까요. 제가 주변을 보면서 느낀 건 정반대였습니다. 열심히 키워놨더니 결국 수도권으로 떠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운영하는 청년 엔지니어 육성 사업은 그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입니다. 등록금 지원에 정착 수당까지 얹은 구조인데, 과연 말처럼 효과가 있는지 제 시각에서 뜯어봤습니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일·학습 병행의 실체
일반적으로 취업과 학업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사업의 구조를 보니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핵심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Early Employment Contract Department)입니다. 여기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란, 기업이 대학과 계약을 맺고 재학생을 미리 채용한 뒤 학업과 현장 실무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설계한 맞춤형 학과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졸업 전에 이미 취업이 된 상태에서 학교를 다니는 구조입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이 계약학과와 시흥시 소재 중소기업을 연계해, 기업이 재학생을 채용하면 학기당 1인 최대 160만원의 등록금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교육비 부담을 낮추면서 맞춤형 인재를 미리 확보하는 셈이니, 단순한 채용 지원을 넘어 인적자원개발(HRD) 차원의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란 기업이나 기관이 구성원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활동 전반을 뜻합니다.
제가 아는 동생이 의대 대신 반도체학과를 선택했을 때, 주변에서 의아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이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지금은 그 선택이 오히려 현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을 받아낼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시흥 같은 지역 기반 사업이 그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 자체는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이 사업에서 지원 대상이 되는 기업과 청년의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원 기업: 시흥시 소재 기업 중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재학생을 채용한 곳
- 지원 청년(등록금): 해당 기업에 재직 중인 계약학과 재학생
- 지원 청년(정주수당): 시흥시 기업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계약학과 2~3학년 재학생 및 2025년 6월 이후 졸업한 지역 청년
고용정주수당 월 30만원, 체감 효과가 있을까
솔직히 처음 숫자를 봤을 때 월 30만원이라는 금액이 얼마나 실질적일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당의 설계 의도를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고용정주수당(Employment Settlement Allowance)이란, 단순한 장려금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격차를 보완해 청년이 지역 기업에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는 정착형 인센티브입니다. 6개월간 매달 지급해 총 180만원을 받는 구조입니다.
임금 격차 문제는 실제로 심각합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청년들이 지역 중소기업보다 수도권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은 단순한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수치로도 확인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 180만원이 그 격차를 완전히 메울 수는 없지만, 지역에 처음 뿌리내리는 초기 비용을 낮추는 데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결정적 이유는 단순히 연봉만이 아닙니다. "여기 있어봤자 커리어가 쌓이겠어?"라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작동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사업이 일·학습 병행 구조로 실무 경력과 학력을 동시에 쌓게 해준다는 점은, 단순한 금전 지원보다 더 강한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은 최근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가 주관한 2026년 우수 행정 및 정책사례 선발대회에서 지방자치단체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공공 정책 평가 기관이 인정한 만큼 설계 자체의 완성도는 검증된 셈입니다(출처: 경기도일자리재단). 상반기 지원금 신청은 8월 18일까지 경기도 일자리 플랫폼인 '잡아바 어플라이'를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으며, 9월 중 지급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지역정착, 부산이 경기도에서 배워야 할 것
저는 부산에 살면서 이 사업 소식을 접할 때마다 묘한 박탈감을 느낍니다.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주변에서 하나둘 수도권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며 점점 더 체감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은 대형 인프라 투자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보기엔 청년이 전공을 살려 취업하고 그 지역에 눌러앉을 수 있는 소규모 일자리 연계 정책이 훨씬 직접적인 효과를 냅니다.
이 사업에서 주목할 점은 지역 산업 생태계(Regional Industrial Ecosystem) 관점입니다. 여기서 지역 산업 생태계란 기업, 대학,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인재 양성부터 고용, 정착까지의 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체계를 말합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이 모델은 단순히 보조금을 뿌리는 게 아니라, 대학과 기업과 지자체가 실제로 연결된 고용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이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고 봅니다.
부산도 조선, 해양, 기계 분야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고질적인 문제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지역 공대 졸업생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납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청년을 붙잡자"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 경험상 청년은 미래가 보이는 곳에 머뭅니다. 경기도 모델처럼 학업과 커리어를 동시에 설계해주는 구체적인 구조가 뒤따라야 비로소 "여기서도 미래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는 것입니다.
결국 지역에 인재가 남으려면 인재를 붙드는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 사업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그 점이었습니다. 청년 엔지니어 육성 사업 신청 자격이 된다면 8월 18일 마감 전에 잡아바 어플라이를 통해 꼭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지역에서 커리어를 쌓으려는 첫걸음을 내딛기에 지금이 꽤 좋은 타이밍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segye.com/newsView/20260609514302?OutUrl=naver